꼬꼬무,나의 변호사, 성고문 경찰 문귀동과 조영래 변호사

꼬꼬무 나의 변호사 편 예고

[포스팅 순서]

1.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배경
2.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재판결과
3.인권변호사 조영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70회는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주동차 문귀동과 당시 피해자였던 권인숙
그리고 그녀를 위해 변호에 나섰던 인권 변호사 조영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70회에 출연한 게스트는
작사가 김이나, 개그맨 서경석, 래퍼 치타인데요,
1980년대 격동과 야만의 시대의 치욕적인 단편과
또 이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배경

일명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일아 불린 사건은 1986년 6월 5일  당시 부천경찰서(지금의 부천소사경찰서) 수사과 조사계 소속 형사 문귀동 경장이 권인숙을(당시 22세) 조사한다는 명분하에 성고문을 한 사건입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성고문'이라는 표현을 제외시키고 '부천서 사건' 또는 '부천서 권 양 사건'등으로 에둘러 표현되었는데요, 
 
이 사건은 공권력이 추악한 방법까지 동원되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권력에 굴복해 불의를 용인한 사법부와 언론의 부도덕한 모습을 비추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또한 군사정권 당시 언론을 통제하는 '보도지침'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드러났었는데요
 사건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1986년 5월 3일 인천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시위는 대대적인 공안탄압을 가져오게 됩니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신한민주당과 재야 운동권 세력 간의 신뢰가 깨져버렸는데요, 이 깨진 신뢰의 틈을 비집고 전두환 정부는 재야 운동권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하게 됩니다.

사건이 일어난 인천 지역의 노동자 단체에 대한
탄압은 그 중 가장 심했었는데요, 당시 인천 지역은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고 노동운동을 하는 소위 '학출'들이 많은 곳이 이었습니다.
 
학출들은 학력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주민등록 그대로는 취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을 대부분 위조한 상태였고(당시 주민등록증은 종이였기에 사진만
다르게 붙이면 지금과 다르게 위조가 쉬운 편)

이를 어길시에는 실정법 위반으로 체포가 되었습니다.

당시 권인숙ⓒKBS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권인숙 역시 1985년 4월경 경기도 부천시 가스배출기 업체(주식회사 성신)에 '김현숙'
이라는 가명을 써서 '위장취업'을 했다가

5.3 인천항쟁으로 인해 탄압이 격렬해지면서
그녀의 정체를 의심한 동네 통장의 신고로 자취하던 아파트에서 체포가 되었습니다.
 
이에 권인숙은 체포 직후 관련 사실을 모두 시인하였으나, 부천경찰서 문귀동 경장은 인천 5·3 인천항쟁 지도부 격인 인물들이
모두 도피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와 고문을 일삼았던 바, 
 
권인숙에게도 관련자의 행방을 물으며 뒤로 수갑이  채워져 저항할 수 없었던
권인숙에게 자신의 성기로 추행하면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고문을 자행한 것이었습니다.

문귀동이 성고문한 부천경찰서 조사실 ⓒ경향신문

수치심에 괴로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던 권인숙은  다른 여성들이 추악한 공권력에 의한 피해를 입을것을 막기 위해 조영래. 홍성우. 이상수
변호사등의 도움을 얻어 1986년 7월 3일에 문귀동을 강제추행 혐의로 인천지검에고소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지만
 
문귀동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자신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느냐며 명예훼손 혐의로 권인숙을 인천지검에 맞고소했고, 

명동에서 열린 부천경찰서 성고문 규탄대회(1986.07.19)

피해자에게 불리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반응형

 

 

2.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재판결과

권인숙의 고발에 대해 검찰은 처음에는 성실히 수사하는 것처럼 했다가 돌연 축소 수사를 지시하며 축소수사를 하게 됩니다.

성적모욕은 없었다는 기사 동아일보 발췌

7월 16일  검찰은 ' 사건 당시 성모욕 행위는 없었고 폭행만 있었다'며 공식 발표를  했고, 문귀동은 경찰로서 직무에 집착하다 보니 우발적으로 과오를 저질러 파면되긴 했으나, 10년 이상 경찰에서 성실히 근무한 바 있고 자신이 과오를 반성하고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는데요, 

부천경찰서 성고문 가해자 문귀동&ⓒEBS화면 갈무리

그러면서 권인숙의 성모욕 주장은 급진 좌경세력이 상습적으로 하는 의식화 투쟁의 일환으로 혁명을 위해서라면 성까지도 도구화하며 주사과정에서 '성모욕'이란 허위 주장으로 공권력을 무력하시키려는 술책이다라는 요지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이게 다 '이게 다 용공분자들의 계획적 수작이며, 네가 잘못한 거다, '라는
색깔론식 주장이었는데요, 추후 밝혀진 사실은 이때 이미 검찰은  문귀동이 실제로 성고문을 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정권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묻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문귀동 경장을 파면하고, 부천경찰서장과 수사과장, 조사계장 등을 경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었지만, 적반하장식 처리에 여론은 들끓었고, 여러 단체등이 모여, '성고문/용공조작 범국민 폭로대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도,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되었고, 검찰의 수사결과는 바뀌지 않았는데요,

재판에 나서는 권인숙

 
또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 문화공고부(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 언론기관에 다음과 같은 보도 지침을 하달하였습니다
 
-4시 검찰이 발표한 조사결과 내용만 보도할 것
-감찰 발표문 전문은 꼭 실어줄 것
-이 사건의 명칭을 성추행이라 하지 말고 성모욕행위로 할 것
-발표 외에 독자적인 취재보도 내용 불가
-반체제 측의 고소장 내용이나, 여성단체 등의 사건관계 성명은 일체보도 금지

(이 보도 지침은 시사 월간지 특집호로 세상에 알려졌으며, 정부는 이를 폭로한 사무국장, 실행위원, 기자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속했다.)
 
검찰은 권인숙의 고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문귀동에게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1986년 8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같은 10월 31일 '이유 없다'라며기각

결국, 재정과 기각으로 재판시작 1년 후,
권인숙은 결국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피해자의 법정 진술을 재판장이 중도에 막는 등 
불공정하고, 불리한 재판은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6월 항쟁 이후인 1988년 2월 9일이 되어서야
대법원은 재정신청을 받아들였고, 문귀동은 1988년 4월 9일 구속되어 6월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는데, 사건발생 3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여성 인권 운동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압, 부조리가 폭로되기 시작한 도화선이 되었으며, 당연하게 여겨지던 소규모 집단, 시골 등에서
벌어진 부조리들을 폭로하게 된 시발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후, 권인숙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였는데 이 또한 2년여 만에 진행되었고, 항소를 거쳐 4000만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꼬꼬무에서 인터뷰중인 권인숙

이후 권인숙은  '노동인권회관'을 세우는 등 여전히 노동운동을 하며 대학도 복학하여 공부도 계속하였고, 추후에는 교수를 겸하며,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부설 연구소인
'울림'의 초대 소장을 지냈으며 현재 21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계에 입문하였습니다.
 
문귀동 근황은 잘 알려져 있진 았습니다만
구두공장을 차렸다가 경영미숙으로 망했고, 국가에 배상하라는 판결마저 무시하고 내지 않고 지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후 단란주점을 열었는데
불법 영업을 하다가 단속되기도 했습니다. 단란주점을 정리한 후 근황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3.인권 변호사 조영래

조영래 변호사와 권인숙&ⓒ연합뉴스&

 
중학교 졸업 석차 전교 3등 당시 최고의 명문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수석입학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 변호사의 고객은
물난리로 집을 잃은 수재민,
연탄공장 옆에 살다 진폐증 걸린 시민
교통사고로 직장을 잃게 된 전화 교환원
그리고 위장취업혐의로 입건된 여대생 권인숙이었습니다.
 
모두가 기피한 그녀의 변론을 그녀의 편에 선 변호사가
바로 조영래 변호사로,  밤을 새우고, 변론문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변호하던 권인숙은 1년 6개월 실형
가해자 문귀동은 무혐의를 받게 되고
문귀동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각
 
"아무리 뼈아프더라도 이 말을 들어주십시오.
사법부는 그 사명을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변호사 조영래의
슬프고도 고독한 싸움은 계속되었고
결국 권인숙은 석방, 피의자 문귀동은 5년 선고를 받게 됩니다.

'내가 지키려고 하는 첫 번째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 가족들에게
친절한 자세를 흩트리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의 우월감을 나타내거나
상대방을 위축시키거나
비굴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사법 연수원에서...조영래 변호사..

1990년 12월 12일 그는
42살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데요,
그가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8년 동안을 보내면서
 
국가가 미처 보살피지 못하고
또 권력에 짓눌려야 했던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준 참된 '변호사'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조영래 변호사의 이 이야기를
꼬꼬무에서 다룬 이유는 바로
조현철 배우의 수상소감에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작년 한 시상식에서 그의 특별한 수상소감이
화재가 되었는데
 
당시 조현철은 투병중인 아버지를 당정히 위로하며
세월호 아이들과 故변희수 하사,故김용균 군
故박길래 선생님의 이름을 언급했었습니다.

조현철 배우의 아버지는 지금은 타계하신 故 조중래 명예교수
그는 생전, 교통공학 전문가이자 1세대 환경운동가로 유명하신
분이시며, 조현철이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던 故박길래 선생님은
상봉동 진폐증 사건의 피해자로 조중래 명예교수와 환경운동을
함께하며 연을 맺은 분이셨었습니다.
 
박길래 선생님은 연탄제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해병'을 인정받게 되는데
이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조중래 명예교수의
친형인 故조영래 변호사 였던 것 이었습니다.
 

*조영래 변호사 내용은 EBS 지식 e채널에서 참고*